대패라는 도구는 너무 어렵고 제대로 파기 시작한다면 대중목공과는 분리된 고유한 분야로까지 나아간다. 대패를 생각하고 있는 이는 대패만을 생각하며 행한다. 대패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사용자를 자신에게 귀속시키고 자신 외의 여지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러한 함몰 속에서 일반 목공적 실천과는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패에 대한 부채감은 모든 목공인들에게 존재한다. 극복하느냐, 품고 가느냐는 본인의 선택이다. 도구와의 역전된 역학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무력감은 생각 외로 상당히 파괴적이다(뭐랄까 인간 정신의 근본적 두려움일 수도?) 그러한 부채감에 관해 누구도 엄밀히 문책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대패를 잡느냐? 그것이 목공 공동체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곧고 얇은 대패밥은 목공 공동체, 더 나아가 장인 공동체가 공유하는 언어이다. 목공인은 자신을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저 실행해 보이면 된다. 그 사람이 들인 시간과 정성, 목공을 대하는 태도, 모든 것이 거기에 담겨있다.
어쨌거나 대패는 정말 특별한 도구다. 사용자에게 겸손을 가르친다(매튜 B. 크로포드의 <손으로 생각하기>라는 책은 올드 바이크를 직접 고쳐 타는 이들이 바이크에게 배우는 겸손에 관한 이야기이다. 대패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 사회가 가진 대다수의 문제는 인간들이 이러한 무력감 앞에 겸허히 자신을 내맡기는 경험을 잃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같은 생각 하나. 갈 길은 멀고 천 리 길도 이제 한 걸음 뗀 셈이지만.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도구와 물건과 모든 비인간들을 통해 세계를 배워나가는 것이다.
